[포럼 논평]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주주대표소송 언론 보도 관련 논평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주주대표소송 언론 보도 관련 논평


최근 주요 언론, 미디어들은 국민연금기금(이하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원회”)가 현대차 등 기업에 기업가치 훼손 등 사실확인 서면을 보낸 것을 두고 ‘주주대표소송 남발로 기업들은 멍든다’, ‘벌주기식 주주대표소송 우려된다’는 재계의 항의를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우리 포럼은 이와 같은 재계의 항의는 전혀 근거가 없고 오히려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소제기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여 사실상 주주대표소송 소제기가 차단되어 있음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간략하게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이하 “지침”)을 요약하면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는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배당 정책, 임원 보수 한도, 법령이나 정관 위반 등 중점관리사안에 대해서 사실확인 등 비공개대화 ▷ (불응하면) 비공개중점관리기업선정 ▷ (개선 없으면) 공개중점관리기업선정 ▷  사실확인, 개선요구 등 공개서한 ▷  (개선이 없거나 처음부터 대화에 불응하면) 주주제안 ▷  (위법하고 개선 불응하면) 주주대표소송


중점관리사안 및 예상하지 못한 우려사안에 대한 수탁자책임활동의 단계는 약 1년 단위로 추진되기 때문에 비공개절차에 1년, 공개절차에 다시 1년 그리고 다시 주주대표소송 제기를 검토하게 됩니다. 2년 이상 소요됩니다.


뿐만 아니라 지침 제22조의 주주대표소송 제소 기준이 너무 엄격합니다. 아래 1호, 2호 모두 이사의 위법행위 또는 손해액이 확정판결로 확인이 되어야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고, 그 경우 소멸시효 등의 문제로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범위 가 지나치게 제한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제22조(제소의 결정) ① 기금은 제소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승소가능성, 소송에 따른 효과대비 비용과 함께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제소가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주주 대표소송의 제기를 결정할 수 있다.

1. 이사 등이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기업의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였음이 관련 소송의 판결에서 확정되었는지 여부

2. 이사 등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기업에 발생한 손해액이 관련 소송의 판결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되거나 객관적으로 산출 가능한지 여부

3. 기업이 자체적으로 손해의 보전에 필요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고, 그에 따라 제소의 실익에 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여부


기업가치 내지 주주가치 훼손이 발생할 우려가 큰 중점관리사안에 대해서도 확정판결이 없으면 사실상 주주제안까지만 가능하고 그것도 거의 2년 이상 걸립니다. 우리 국민연금은 주주권리를 행사하여 기업을 감시하고 국민들의 연금을 보호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여야 하지만 현재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여 국민연금의 활동을 제약하고 있습니다.


2018년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1997~2017 주주대표소송 제기 현황과 판결 분석’과 미국 스탠퍼드대 로스쿨이 2020년 1월 내놓은 ‘2019년 주주대표소송 검토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주주대표소송 건수는 2016년 288건, 2017년 413건, 2018년 420건, 2019년 428건 등이지만, 한국의 상장회사를 상대로 한 주주대표소송은 연간 2건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경우 주주대표소송 소제기요건이 주식1주만 소유하고 있으면 되지만 한국에서 주주대표소송을 내기 위해선 상장회사의 소수주주가 총발행주식의 0.01%를 6개월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등 소제기요건이 너무나 엄격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오랜 기간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소제기를 위한 내부기준이 너무나 엄격한 점은 국민연금 및 주주권리 보호 관점에서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국민연금은 반드시 소제기 절차 및 요건을 개선해야 합니다. 게다가 한국에는 증거개시제도가 없어 이사의 위법행위에 대한 입증도 어렵게 하고 있으므로 이 점도 개선되어야 합니다.


이번에 국민연금이 현대차 등 기업에 보낸 공문이 어느 단계인지 확인되지 않았으나 만일 주주대표소송 제기가 임박했다면 그 이전에 이미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이 있었는데 대상 기업들이 불응하거나 거버넌스 개선에 소극적이었지 않을까 의심스럽습니다.


재계는 국민연금의 정당한 주주권리 행사를 견제하려 하지 말고 이제라도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으로 주주, 임직원을 비롯 국민들로부터 존경 받는 리더로서의 자격과 품위를 지켜야 할 것입니다.



2022. 01. 18.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김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