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 현대자동차는 1조 원의 자기주식 취득을 공시했다. 이사회 결의에 따르면 7000억 원은 주주가치 제고, 3000억 원은 주식기준보상 목적이다. 보통주 기준 시가총액 300조 원이 붕괴된 다음날인 11월 15일 삼성전자는 향후 1년 내 분할매입을 통해 10조 원의 자사주를 취득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목적은 역시 주주가치 제고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3개월 내 3조 원을 우선 매입해 소각하고, 나머지 7조 원 소각 여부는 미정이다. 양사 합쳐 무려 7조7000억 원의 소각 여부를 시장은 모른다.
삼성전자 발표가 너무 늦기도 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양사 이사회나 경영진이 자사주 개념 및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해하는지 묻고 싶다. 소각이 수반되지 않는 자사주 취득은 회사 현금을 낭비하는 것이다. 시장은 “다른 의도”가 없는지 의심한다. 자사주는 실제 주주 돈인 회사 자금으로 자기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인데 소각하지 않으면 남는 주주들의 지분가치 상승이 수반되지 않으므로 의미가 없다.
선진국에서는 자사주 매입과 동시에 소각하므로 자사주라는 계정이 재무상태표 자기자본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위치한 워싱턴주는 자사주 보유가 불법이다. 2023년 무려 27조 원의 자사주 매입과 동시에 소각한 메타는 자기자본에 자사주라는 계정이 없다. 작년 애플은 133조 원, 시가총액 3%의 자기주식을 매입소각했다. 애플 같이 지속적으로 (매년 배당 외에 시총의 3~4% 자사주 매입소각) 주주환원하면 주가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 선진국에서는 일반주주 돈이 투입되는데 소각없는 자사주 매입은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되기도 어렵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연초 한국에서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편법적으로 취득한 자사주에 대해 연기금, 초대형펀드 등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를 어떻게 주당지표에 반영하는지 간단한 서베이를 했는데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80% 이상의 외국인투자자는 회사 현금으로 자사주를 취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소각이 없는 경우 이를 시총이나 주주가치에 반영하지 않았다. 한국 투자 경험이 많은 외국투자자일수록 자사주에 냉소적이었다. 어느 미국 대형 뮤추얼펀드 매니저는 “한국의 자사주는 시장에 매각되는 경우가 많고 소각하는 경우도 드물어, 시총이나 상장주식수를 감소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영향력이 큰 국부펀드 담당자 역시 “한국의 자사주는 소각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주당지표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거래소도 자사주 취득시 시총을 그만큼 축소 반영하지 않는다. 자사주는 ‘회사 돈’이 들어갔는데 특정 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쓴다면 반칙이다.
우리 정부와 법원은 1998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지배주주에게 지나치게 관대해졌다. 법원은 자사주를 회사의 다른 자산과 똑같이 처분할 수 있다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잘못된 판결을 내려 왔고, 2010년 대법원이 같은 법리를 전제로 한 판결을 했다. 그러자 정부는 2011년 상법을 개정하여 자사주 처분시 신주 발행시와 같은 일반주주 보호 절차를 생략했다.
여기에는 일종의 두려움이 깔려 있었다. IMF 직후인 1999년, 그리고 2008년 리먼 사태 당시 글로벌경제 위기 상황에서, 개방경제인 대한민국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지배주주들에게 “관용”을 베풀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2025년을 앞둔 지금, 대한민국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설비투자, R&D, M&A와 마찬가지로 일반주주의 돈이 투입된 자사주에 대해 특정주주가 아닌 모든 주주에 혜택이 비례적으로 돌아가도록 법원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챙겨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사회가 독립성을 바탕으로 선관주의 및 충실의무에 입각해 자사주 취득 안건을 다뤄야 할 것이다.
이남우 회장(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원문링크 :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아니다 - 법률신문
2024년 11월 27일 현대자동차는 1조 원의 자기주식 취득을 공시했다. 이사회 결의에 따르면 7000억 원은 주주가치 제고, 3000억 원은 주식기준보상 목적이다. 보통주 기준 시가총액 300조 원이 붕괴된 다음날인 11월 15일 삼성전자는 향후 1년 내 분할매입을 통해 10조 원의 자사주를 취득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목적은 역시 주주가치 제고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3개월 내 3조 원을 우선 매입해 소각하고, 나머지 7조 원 소각 여부는 미정이다. 양사 합쳐 무려 7조7000억 원의 소각 여부를 시장은 모른다.
삼성전자 발표가 너무 늦기도 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양사 이사회나 경영진이 자사주 개념 및 글로벌 스탠더드를 이해하는지 묻고 싶다. 소각이 수반되지 않는 자사주 취득은 회사 현금을 낭비하는 것이다. 시장은 “다른 의도”가 없는지 의심한다. 자사주는 실제 주주 돈인 회사 자금으로 자기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인데 소각하지 않으면 남는 주주들의 지분가치 상승이 수반되지 않으므로 의미가 없다.
선진국에서는 자사주 매입과 동시에 소각하므로 자사주라는 계정이 재무상태표 자기자본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위치한 워싱턴주는 자사주 보유가 불법이다. 2023년 무려 27조 원의 자사주 매입과 동시에 소각한 메타는 자기자본에 자사주라는 계정이 없다. 작년 애플은 133조 원, 시가총액 3%의 자기주식을 매입소각했다. 애플 같이 지속적으로 (매년 배당 외에 시총의 3~4% 자사주 매입소각) 주주환원하면 주가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 선진국에서는 일반주주 돈이 투입되는데 소각없는 자사주 매입은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되기도 어렵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연초 한국에서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편법적으로 취득한 자사주에 대해 연기금, 초대형펀드 등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를 어떻게 주당지표에 반영하는지 간단한 서베이를 했는데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80% 이상의 외국인투자자는 회사 현금으로 자사주를 취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소각이 없는 경우 이를 시총이나 주주가치에 반영하지 않았다. 한국 투자 경험이 많은 외국투자자일수록 자사주에 냉소적이었다. 어느 미국 대형 뮤추얼펀드 매니저는 “한국의 자사주는 시장에 매각되는 경우가 많고 소각하는 경우도 드물어, 시총이나 상장주식수를 감소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영향력이 큰 국부펀드 담당자 역시 “한국의 자사주는 소각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주당지표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거래소도 자사주 취득시 시총을 그만큼 축소 반영하지 않는다. 자사주는 ‘회사 돈’이 들어갔는데 특정 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쓴다면 반칙이다.
우리 정부와 법원은 1998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지배주주에게 지나치게 관대해졌다. 법원은 자사주를 회사의 다른 자산과 똑같이 처분할 수 있다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잘못된 판결을 내려 왔고, 2010년 대법원이 같은 법리를 전제로 한 판결을 했다. 그러자 정부는 2011년 상법을 개정하여 자사주 처분시 신주 발행시와 같은 일반주주 보호 절차를 생략했다.
여기에는 일종의 두려움이 깔려 있었다. IMF 직후인 1999년, 그리고 2008년 리먼 사태 당시 글로벌경제 위기 상황에서, 개방경제인 대한민국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지배주주들에게 “관용”을 베풀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2025년을 앞둔 지금, 대한민국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설비투자, R&D, M&A와 마찬가지로 일반주주의 돈이 투입된 자사주에 대해 특정주주가 아닌 모든 주주에 혜택이 비례적으로 돌아가도록 법원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챙겨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사회가 독립성을 바탕으로 선관주의 및 충실의무에 입각해 자사주 취득 안건을 다뤄야 할 것이다.
이남우 회장(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원문링크 :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아니다 - 법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