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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자가 남자보다 투자를 잘하는 이유 (이남우 회장)

사무국
2025-01-20
조회수 112




2001년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브래드 바버와 테런스 오딘 교수는 “남자는 원래 그래 - 성별, 과도한 자신감, 주식투자 성과” 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남성호르몬과 주식투자 성과의 역(逆)관계를 밝힌 흥미로운 연구다. 이 연구는 금융 투자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과도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더 많은 매매를 함으로써 수익률을 해친다는 결론을 내렸다.

 

갤럽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1991~1997년 미국 3만 5000가구의 주식 매매를 분석한 결과, 남성은 여성보다 45% 더 많이 매매했고 그 결과 연1%의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바버와 오딘 교수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주식매매 빈도가 높은 이유는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해 주식의 적정가치를 본인이 잘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신은 공격적인 베팅으로 연결되고 이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받는다는 게 의학계의 주장이다.

 

2017년 미국 초대형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의 애비게일 존슨 CEO 겸 회장은 “여성 투자자는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피델리티가 장기간 축적한 남녀의 투자성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존슨 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여성은 투자자산을 남성보다 더 잘 지키며, 경험이 많은 여성 투자자도 자신을 초보자라고 생각하는 면이 있다. 여성 투자자들이 배우는 것에 더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투자에 접근한다.” 배우려는 자세는 주식 투자에서도 중요한 덕목이다. 지적 호기심과, 섬세하게 관찰하는 능력, 신제품을 직접 체험하는 부지런한 자세는 성공적인 투자에 필수 요소다.

 

 

한국도 유사한 리서치 결과가 2020년 발표돼 주식 투자에서 남녀의 차이가 확실히 있음을 증명했다. NH투자증권이 신규 주식계좌 70만 개를 대상으로 주식 투자 성과를 조사한 결과, 여성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24%로 남성 투자자(18%)보다 높았다. 특히 우량주를 계속 보유한 30~40대 여성의 수익률은 26%로, 매매가 가장 많았던 20대 남성 수익률(4%)을 압도했다. 미국의 경우 독신 남성이 독신 여성보다 매매 빈도가 훨씬 높아 수익률이 더 나빴다.

 

IMF 총재를 지낸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유럽중앙은행) 총재는 국제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리먼 사태에 대해 “리먼 브라더스가 리먼 시스터스였다면 지금 세계는 분명히 다른 모습일 것”이라며 여성의 능력뿐 아니라 다양성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때 공중 분해된 리먼 브라더스뿐 아니라 대부분의 월가 트레이딩 데스크는 남성이 95% 이상을 차지해 공격적인 매매가 빈번했고 리스크 관리가 절대 부족했다. 필자가 1990년대에 근무했던 JP모건, 2000년대에 일했던 메릴린치 등 미국 대형 투자은행 뉴욕 본사의 트레이딩 데스크 역시 백인 남성 위주로 구성돼 있었다.

 

투자 동아리를 만들고자 한다면 남성 위주로 구성하기보다 남녀가 균형있는 조직을 만들기를 권한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위험회피적이며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집단사고의 리스크를 막아줄 수 있다. 바버와 오딘 교수는 다음과 같이 집단지성의 장점을 강조했다.

 

“우리 모두는 세상에 대한 지식을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완전한 지식을 갖기는 어렵다. 세계 도처에 존재하는 단편적 지식들을 잘 합치기만 하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는 가장 뛰어난 ‘나’보다 똑똑하다. 다수는 개인보다 좋은 대안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이남우 회장(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원문링크 : https://www.lawtimes.co.kr/opinion/204801 - 법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