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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주가치 파괴하는 중복상장 (이남우 회장)

사무국
202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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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밸류업 정책 성공”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자평
실제는 코스피 하락 등 위기

중복상장·모자상장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해외선 자회사 정리하는데 중복상장 자율 맡긴다니…








“지난해 상장기업의 자사주 매입·소각은 사상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 코리아 밸류업 정책이 성공적이라 생각한다.” 경제관료 출신인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월 11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와 같이 자평했다.

 

정 이사장은 2022년 2월 14일에 취임했다. 이사장 재직 1년간 코스피는 5% 하락했다. 자본시장에서 주주들이 기대하는 수익률이 약 10%인데 투자자들은 오히려 손해를 봤다. 작년 말 코스피 PBR(주가순자산배수)은 0.84배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0.94배보다 낮았다. 지난 1년간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홍보하는 동안 국내 증시는 후퇴한 셈이다.

 

정 이사장이 무슨 데이터를 근거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었고, 밸류업이 성공이라 주장하는지 모르겠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주식시장은 빠른 속도로 존재감 없는, 변두리 시장으로 외면당하고 있다. 한국 증시가 해외투자자의 신뢰를 잃은 이유 중 하나는 상장사들이 중복상장을 계속 추진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LG가 자회사 LG CNS를 중복상장했다. 외국증권사와 로펌의 코칭을 받는 대기업들은 모자회사 중복상장 논란에 대한 당국의 엄격한 잣대, 국내투자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피해 해외 상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차에 이어 두산에너빌리티가 외국자회사를 각각 인도와 체코에 현지 상장했다. LG전자도 알토란 같은 인도자회사를 현지 상장 준비 중이다.

 

중복상장은 모회사 주주 입장에서는 밸류업이 아닌 밸류파괴이며, 시장 전체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 심각해진다. 해외법인 현지 상장은 기업가치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이므로 더욱 경계해야 한다. 제조업의 경우 모자회사 중복 상장 시 이전가격 등 다양한 이해상충이 발생한다. 회계상 연결 실적으로 잡히고 배당도 받지만 자회사 현금흐름과 이익에 대해 모회사 주주는 제한된 권리를 가진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엔비디아, 아마존 등은 각각 수백 개의 자회사, 수천 개의 손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증시에 상장된 회사는 모회사 한 곳이다. 유튜브가 한국에서 수익 많이 낸다고 모회사인 알파벳이 한국법인을 한국거래소에 상장하는가? 모델Y, 모델3가 작년 국내 전기차시장을 석권했다고 테슬라 한국법인이 여의도 상장을 노리는가?

 

재계에서는 특히 LG, HD현대 그룹이 모자상장을 수시로 악용한다. 회사 주인인 주주 가치 제고보다는 영토 확장 및 지배주주 승계 문제에만 매달리니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최근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는 LG전자, 현대차 주가가 해외법인 현지 상장 관련 시장의 우려를 입증한다. 이들 회사 경영진이나 변호사는 이구동성으로 “모자 동시 상장 케이스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이에 대한 판단은 시장과 투자자의 몫이다.

 

거버넌스 개혁을 착실히 진행하는 일본은 우리와 거꾸로 자회사를 없애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주가가 333% 상승한 히타치는 상장자회사가 22개였는데 현재 전혀 없다. 모회사 한 곳만 상장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유망 자회사는 지분을 100%까지 사들여 상장폐지하거나 본업과 맞지 않는 자회사들은 매각해 매각대금을 본업에 집중투자했다. 알파벳, 메타, 테슬라 같이 기업가치가 상장 모회사 한 곳으로 집중되는 구조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앞장서야 할 정 이사장은 간담회에서 자회사의 중복상장 문제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과 투자자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관련해 “개별기업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존중돼야 향후 한국 산업 경쟁력도 발전할 것”이라는 그의 발언은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고 거래소 주요 임무가 투자자 보호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요원해 보인다.

 

 


이남우 회장(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원문링크 : 주주가치 파괴하는 중복상장 - 법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