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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법개정안에 대한 오해 (이남우 회장)

사무국
202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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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지난 13일 통과했다. 그동안 재계는 “주주 소송이 남발되고 한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고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며 재고를 호소했다. 경제단체들은 “주가가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사의 의무 중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에 대한 오해가 많으므로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어 시설투자 자금 확충을 위한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한 삼성SDI 의안을 사례로 따져보자. 삼성SDI는 소비자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성그룹의 간판 관계사로 2023년 매출 21조 원, 시가총액은 13조 원이다. 설비투자, R&D, 배당 등 일상적인 자본 배치 정책은 이사회의 주요 책무이다. 이런 이사회 의사 결정은 주주가 함께 이익 또는 손실을 보므로 이해 상충이 없다. 즉 상법 개정안이 주주로 확대되어도 삼성SDI 유상증자 의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적용 대상이 아니다. 다만 삼성SDI 이사들은 증자 비율 17%로 기존 주주들의 희석화 정도가 크므로 회사의 증자 필요성을 자본구조 및 현금흐름 관점에서 면밀히 따졌어야 한다. 여러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사들은 선관주의의무를 잘 적용하면 되는 것이다.

 

재계단체들의 상법개정 관련 주장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남소 우려는 기우이다. 국내 양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공개된 최근 18개월 이사회 의안을 살펴보면 양사 합쳐서 28회 이사회가 개최되었고, 총 91개 안건 중 단지 4개가 충실의무 적용 대상이라 판단된다. 전체 안건 중 4% 비중이다. 정도 경영을 하는 대부분 상장사는 이사회 의안 중 대략 5% 미만이 충실의무 적용 대상이라 생각하면 된다.

 

기업경영을 극도로 위축시킨다는 경제계 주장 역시 거짓이다. 아니면 지배주주와 경영진의 착각인가? 국내 상장사들은 이미 성장이 멈췄다. 경제에 대한 기여도 예전만 못하다. MSCI에 따르면 코스피 총주주수익률(Total shareholder return, 주가상승과 배당수익률의 합을 연률화한 개념)은 지난 5년간 연 4%, 10년간 연 5%에 불과하다. 배당수익률 2% 제외하면 연 2~3% 성장한 셈인데, 물가상승 차감하면 실질성장률은 제로이다. 이미 성장이 멈췄는데 무엇이 경영을 위축시킨다는 주장인가. “1% 저성장이 현재 우리의 실력”이라는 한국은행 총재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1998년 외환위기 때 뼈를 깎는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대한민국이 위기를 극복했는데 지금 대기업에는 그에 버금가는 거버넌스 개혁, 차입금 축소, 사업 포트폴리오의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외국자본 공격 가능성이 높다는 재계 주장에 대해 국제금융전문가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재계 경제단체들은 외국과 통상수교를 거부하고 쇄국정책을 펴면서, 국제적인 고립을 초래한 흥선대원군 추종자라 생각된다. 2020년 9월 3%룰 도입 등 과거 상법 개정 당시 어느 산업 단체장은 “상법 개정안이 그대로 국회에서 통과되면 적군이 우리 군 작전회의(이사회를 의미함)에 참석해 기밀을 빼가는 것과 같은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4년 반 동안 외국펀드가 감사위원인 사외이사를 강제로 선임하려는 시도가 있었는가? 같은 달 재계는 삼성전자를 예로 들며 블랙록, 뱅가드, 노르웨이국부펀드, 캐피털 4개의 주요 외국주주가 연합해 감사위원 선임 시도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요주주가 이사 선임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주주의 권리이므로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위의 4개 외국투자자는 국제 금융계에서 존경받는 초대형투자자로서 지난 50년간 전 세계에서 한 번도 이사 선임을 주도한 적이 없다.

 


 

이남우 회장(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원문링크 : 상법개정안에 대한 오해 - 법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