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서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기존주주의 피해로 연결되며, 주가가 낮고 시가총액도 작은 경우 유입되는 자금도 많지 않다. 증자 대신 차입, 회사채 또는 유휴자산 매각 등 대안도 검토가 필요하다. 이사회는 증자 필요성과 효과를 자본구조 및 현금흐름 관점에서 면밀히 따져야 한다.
삼성그룹 대표적 상장사인 삼성SDI는 지난 3월 14일 이사회를 열어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발행예정가는 기준가 대비 17% 할인된 16만9200원, 증자 비율은 17%였다. 삼성SDI는 조달 자금을 미국 합작법인 투자, 헝가리 공장 확대,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투자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SDI 주가 밸류에이션이 낮은 관계로 기존주주의 증자비율 17%로 희석화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워렌 버핏 주장대로 주주는 “회사의 일정 지분을 갖는 주인”이다. 삼성SDI 기존주주는, 미래에 대한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당장 지분율이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지분율 유지를 위해서는 현금을 넣어 증자에 참여하거나 신주 인수를 포기하면 회사에 대한 몫이 작아진다. 최근 주가 하락을 반영해 4월 초 발행가액을 14%나 낮췄고 모집총액은 쪼그라든 1조7000억 원으로 확정되었다.
삼성SDI를 포함 국내 배터리 3사와 경쟁하는 중국의 전기차, 2차전지업체인 BYD는 지난 3월 4일 거대 시가총액을 이용해 8조2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BYD의 증자는 지난 10년 동안 전세계 자동차기업 중 최대 규모였다. BYD는 자금 용도로 해외 진출과 자율주행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 밝히고, 발행 조건은 삼성SDI보다 훨씬 유리했다. 발행가격도 8% 할인된 수준에서 결정되고 높은 주가 덕에 증자비율은 4%로 기존주주의 희석화도 최소화했다. 회사와 주주 모두 윈-윈인 셈이다.
장기 침체 국면에 진입한 한국 증시와 달리 올해 1분기 홍콩 증시에서 중국기업 중심으로 총 23조 원을 조달해 2021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 1년간 주가가 5배 오른 중국 스마트폰업체 샤오미도 그 중 하나이다. 샤오미는 지난 3월 25일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샤오미는 지난해 처음 전기차를 출시해 13만 대 이상 팔았고 올해는 목표량을 35만 대로 높여 잡았다. 작년 착공한 베이징 공장 증설 등 전기차에 투자를 늘리는 샤오미는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호응에 힘입어 증자 규모를 8조 원으로 늘리고 단지 7% 할인된 가격에 신주를 발행했다. BYD와 마찬가지로 샤오미는 높은 주가를 기반으로 납입대금을 극대화하면서 주주가치 희석화를 최소화했다.
미래 기술 강화와 중국업체들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삼성SDI의 투자 명분도 이해간다. 최근 차입금이 급증했고 설비투자를 자체 현금으로 커버 못하니 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설명도 타당하다. 그러나 삼성SDI 경영진은 장기간 주가 하락을 방치했고 낮은 밸류에이션(PBR 0.6배)에 증자를 추진해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힌 점을 반성해야 한다. 삼성SDI은 아직 밸류업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가령 삼성SDI가 중국 업체들 같이 PBR 3배에 증자했다면 1조7000억 원 보다 6배 많은 9~10조 원의 납입대금이 유입될 것이다.
3월 BYD 시가총액은 220조 원, 다른 배터리업체 CATL 230조 원, 샤오미 210조 원 이었다. 삼성SDI 시가총액은 1/20 수준인 13조 원에 불과했다. 높은 주가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는 것이 CEO와 이사회의 주요 책무이다. 앞으로 삼성SDI 같이 대다수 국내 대형 상장사들이 자금 부족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할 수 있는데 낮은 주가 및 밸류에이션에 대해 크게 후회할 것이다.
이남우 회장(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원문 링크: 주가 방치 후회하는 한국 기업들
최근 국내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서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기존주주의 피해로 연결되며, 주가가 낮고 시가총액도 작은 경우 유입되는 자금도 많지 않다. 증자 대신 차입, 회사채 또는 유휴자산 매각 등 대안도 검토가 필요하다. 이사회는 증자 필요성과 효과를 자본구조 및 현금흐름 관점에서 면밀히 따져야 한다.
삼성그룹 대표적 상장사인 삼성SDI는 지난 3월 14일 이사회를 열어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발행예정가는 기준가 대비 17% 할인된 16만9200원, 증자 비율은 17%였다. 삼성SDI는 조달 자금을 미국 합작법인 투자, 헝가리 공장 확대,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투자 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SDI 주가 밸류에이션이 낮은 관계로 기존주주의 증자비율 17%로 희석화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워렌 버핏 주장대로 주주는 “회사의 일정 지분을 갖는 주인”이다. 삼성SDI 기존주주는, 미래에 대한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당장 지분율이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지분율 유지를 위해서는 현금을 넣어 증자에 참여하거나 신주 인수를 포기하면 회사에 대한 몫이 작아진다. 최근 주가 하락을 반영해 4월 초 발행가액을 14%나 낮췄고 모집총액은 쪼그라든 1조7000억 원으로 확정되었다.
삼성SDI를 포함 국내 배터리 3사와 경쟁하는 중국의 전기차, 2차전지업체인 BYD는 지난 3월 4일 거대 시가총액을 이용해 8조2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BYD의 증자는 지난 10년 동안 전세계 자동차기업 중 최대 규모였다. BYD는 자금 용도로 해외 진출과 자율주행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 밝히고, 발행 조건은 삼성SDI보다 훨씬 유리했다. 발행가격도 8% 할인된 수준에서 결정되고 높은 주가 덕에 증자비율은 4%로 기존주주의 희석화도 최소화했다. 회사와 주주 모두 윈-윈인 셈이다.
장기 침체 국면에 진입한 한국 증시와 달리 올해 1분기 홍콩 증시에서 중국기업 중심으로 총 23조 원을 조달해 2021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 1년간 주가가 5배 오른 중국 스마트폰업체 샤오미도 그 중 하나이다. 샤오미는 지난 3월 25일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샤오미는 지난해 처음 전기차를 출시해 13만 대 이상 팔았고 올해는 목표량을 35만 대로 높여 잡았다. 작년 착공한 베이징 공장 증설 등 전기차에 투자를 늘리는 샤오미는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호응에 힘입어 증자 규모를 8조 원으로 늘리고 단지 7% 할인된 가격에 신주를 발행했다. BYD와 마찬가지로 샤오미는 높은 주가를 기반으로 납입대금을 극대화하면서 주주가치 희석화를 최소화했다.
미래 기술 강화와 중국업체들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삼성SDI의 투자 명분도 이해간다. 최근 차입금이 급증했고 설비투자를 자체 현금으로 커버 못하니 증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설명도 타당하다. 그러나 삼성SDI 경영진은 장기간 주가 하락을 방치했고 낮은 밸류에이션(PBR 0.6배)에 증자를 추진해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힌 점을 반성해야 한다. 삼성SDI은 아직 밸류업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가령 삼성SDI가 중국 업체들 같이 PBR 3배에 증자했다면 1조7000억 원 보다 6배 많은 9~10조 원의 납입대금이 유입될 것이다.
3월 BYD 시가총액은 220조 원, 다른 배터리업체 CATL 230조 원, 샤오미 210조 원 이었다. 삼성SDI 시가총액은 1/20 수준인 13조 원에 불과했다. 높은 주가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는 것이 CEO와 이사회의 주요 책무이다. 앞으로 삼성SDI 같이 대다수 국내 대형 상장사들이 자금 부족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할 수 있는데 낮은 주가 및 밸류에이션에 대해 크게 후회할 것이다.
이남우 회장(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원문 링크: 주가 방치 후회하는 한국 기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