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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논평] 상법 개정 반대한다는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 (2024-11-06)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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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 반대한다는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



“한국주식 수익률 아시아, OECD 꼴찌..그 이유 아는가? "

“1400만 개인투자자, 2200만 국민연금 가입자 외면하는 행위 중단하라”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님께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추구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입니다. 금융인, 법조인, 학자, 전문직 종사자 등 110여명의 국내외 회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2일 증시 개장식에서 말한 것 같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자본시장”을 꿈꾸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해 지난 5년간 노력했습니다. 금년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주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적극 지지했습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지난 11월 5일 김의장께서는 “상법상 ‘주주 충실 의무’는 대단한 논리적 모순을 안고 있다. 기업의 주주는 외국인 투자가, 기관투자가, 사모펀드, 소액주주 등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다양한 주주들이 있는데 이런 이해관계가 다른 주주들의 이익을 위한 충실 의무를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다. 상법상 주주 충실 의무는 사모펀드나 공격적 헤지펀드에 의한 기업 경영권 침해 여지가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먼저 위 발언이 본인 생각인지 묻고 싶습니다. 2020년 예전 상법개정안 국회 통과가 논의되던 9월 10일 H모 경제지 “상법개정안, 적군이 우리 군 작전회의 참석하게 하는  것.. 소액주주들 보호하기보다는 해외 투기자본 공격수단 우려”라는 기사 게재했습니다. 같은 해 9월 29일 C모 일간지는 “상법 개정땐 30대 기업 중 29곳 이사회, 외국 투기자본에 뚫릴수도.. 삼성전자 외국 주주인 블랙록, 뱅가드, 캐피털, 노르웨이 국부펀드 4곳이 합치면 이사회에 원하는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길 열리는 것이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그 후 지난 4년 간 900개가 넘는 코스피 상장사 중 외국주주가 이사를 직접 선임한 케이스는 제로입니다. 특히 블랙록 등 4개 기관은 지난 30년 이상 전세계에서 직접 이사 선임 시도한 경우가 전혀 없습니다. 

모든 주주는 평등합니다. 외국인 주주 추천으로 이사 선임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실제 KB금융 등 거버넌스가 우수한 상장사들은 이사 후보를 추천받는 과정에서 주요 외국인 주주에게 의견 묻습니다.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무지인지 해당 회사나 경제단체가 준 글을 기자가 그대로 받아적었는지 모르겠지만 증시에 관해서는 상식에 반하는 거짓 기사가 너무 많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경쟁력있는 기업들이 많지만 주가 성과는 아시아, OECD 중 최하위입니다. 기업 경쟁력과 주가 성과 괴리가 극심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금년 한국 주가 3% 하락해 아시아 주요 시장 중 꼴찌입니다. 동기간 일본 +15%, 중국 +31%, 인디아 +9% 주가 상승했습니다. 지난 10년간 한국은 배당수익률 2%에, 주가 상승 3% 더해 총주주수익률(Total shareholder return, TSR) 기준 5%를 기록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 +10%, 대만 +11% 반도 못되고, 미국 13%와 비교도 불가능합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한국기업 거버넌스가 아시아 바닥권이어서 (일부 지배주주가 의도하듯이) 기업 경쟁력이 주가 밸류에이션으로 전혀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 정부 밸류업 정책을 비웃듯이 7월 두산그룹은 자본거래를 통해 알토란 같은 두산밥캣 일반주주 지분을 헐값에 박패밀리가 컨트롤하는 지주사에게 넘기려했습니다. 고려아연도 최근 일반주주를 무시하고 최패밀리 지배권 유지 위해 2.5조원 유상증자를 기습적으로 단행하려고 했습니다.


소수의 지배주주에 의존하는 개발 도상국 시절의 기업 거버넌스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이사회 중심 경영”이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등 선진국 시스템으로 바꾸는 근본적 체질 개선 없이 세금, 공매도 같은 시장 기술적인 정책만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과 자본시장 선진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직접 확인해 보시면 알겠지만 외국인 투자가나 국내 투자자, 국민연금이나 개인투자자 모두 기대하는 것은 우수한 경영성과와 두자릿수 육박하는 연 투자수익률입니다. 자기를 뽑아준 주주들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이사의 “주주들의 이익을 위한 충실 의무”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상식이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같은 우량 선진 기업들은 이미 시행하고 있습니다. 독립된, 권한과 책임이 명확한(Accountable) 이사회가 좋은 거버넌스의 주춧돌입니다.


"주주들은 모두 이해관계가 다른데 어떻게 주주들에게 충실하라는 말이냐"는 경제단체의 궤변이자 허수아비 공격입니다. 주주 충실의무는 주주를 '전체로' 보아 그 이익을 자신의 이익보다 우선하라는 법리이고 개별 주주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라는 법리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최근 중산층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국 주식시장을 탈출해 미국시장으로 이탈한다는 얘기 들으셨을 것입니다. 큰 일입니다. 구조적 현상인데 한국기업을 믿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한국 주식시장 연수익률 5%는 재무이론에 근거한 주주요구수익률 (회사 입장에서는 자본비용) 10%의 절반 수준입니다. 국내투자자들이 한국 이탈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은퇴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국민들이고 이들이 매월 적립하는 국민연금입니다. 직장 초년생이 24년 1월 급여에서 1천만 원을 국내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경우 과거 같이 복리 기준 연 5% 상승을 보인다면 30년 후에는 투자원금이 4천3백만원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반면 국내기업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앞장서서 향후 주가수익률이 일본이나 대만 수준인 연 10%가 된다면 54년 1월 원금이 1억7천5백만원으로 눈덩이 같이 불어날 것입니다. 5%와 10% 복리 수익률은 30년 후 매우 다른 결과를 가져다 줍니다. 수령액이 무려 4배나 차이가 날 것 입니다. 

 


상법상 주주 충실 의무 도입시 사모펀드나 공격적 헤지펀드에 의한 기업 경영권 침해 여지가 상당히 많다고 지적하셨는데 기우입니다. 국내 상사법 분야 최고 권위자인 서울대학교 법전원 송옥렬 교수는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주장의 이론적・현실적 모순”이라는 최근 논문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보호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배주주 시스템이 항상 비효율적인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 보호수준이 낮은 상황에서는 비효율적인 지배주주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지금 선행되어야 할 과제는, 효율적인 경영자의 경영을 장려하고 비효율적인 경영자의 경영을 억지하는 방향으로 자본시장의 환경이 개선되도록 하는 것이다… “ 밸류업 프로그램이 이루어지려면 경영권 방어수단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문제의 선후를 혼동하였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시점의 우리나라에서 경영권 방어수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의 이론적・현실적 문제를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문제는 적대적 기업인수의 시도나 적극적 주주관여가 너무 없다는 것이다. 경영권 방어수단은 기존 경영진을 항상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경영진만을 보호하도록 설계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아울러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설사 이렇게 중립적으로 제도가 정비되더라도 실제로는 기존 경영진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 주주행동주의가 기업가치를 훼손한다는 주장은 아무 이론적・실증적 논거가 없다.”


상법 개정이 이번 국회에서 이뤄져 투자자 보호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면, 한국 증시는 주가 밸류에이션이 레벨-업(Stock valuation re-rating) 될 것입니다. 최근 이탈하고 있는 양질의 장기성 외국인 투자자금이 다시 유입되어 코스피가 큰 흐름을 수년 간 탈 수 있습니다. 상법 개정에 실패하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초대형 펀드 등 외국인 자금 이탈이 심화될 것입니다. 최근 밸류업을 착실히 진행하고 상법개정에 준하는 독립된 이사회를 갖춘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78%을 상회하고 주가가 추세적 상승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회가 상법 개정을 통해 정통 자본주의 추구 노력을 주도한다면, 코스피는 새로운 고점을 계속 갱신할 수 있습니다. 이 것이 대선 공약을 지키고 진정한 시장경제를 확립하는 길입니다. 

저희 포럼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을 위해 항상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자문을 할 수 있다는 점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2024. 11. 6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