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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논평] 정부의 자본시장법 ‘핀셋’ 개정안, 사후약방문으로 점철된 지난 30년의 전철을 밟지 말자 (2024-12-03)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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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자본시장법 ‘핀셋’ 개정안,  

사후약방문으로 점철된 지난 30년의 전철을 밟지 말자




-  상장회사 합병과 물적분할 후 재상장 제도만 개선하는기술적인 덧붙이기만으로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무너진 신뢰 회복되지 않는다.


-  지배주주 사익편취 유형은 대단히 다양하고 어느 하나를 금지하면 다른 유형이 나타나는 

풍선효과의 역사가 30년 동안 반복되어 왔다.


-  어느 법이나 원칙은 추상적인 것이 당연, 부작용이 우려되면 빠르게 후속 입법을 해야 하는 것이지 

원칙을 명시하지 말자는 주장은 이해되지 않는다.




어제(12월 2일) 금융위원회는 상법상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또는 보호의무 대신 자본시장법상 합병, 분할 등 자본거래 관련 조항 개정을 통해 일반주주 이익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상장회사의 합병, 분할 등 자본거래에 관해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합병에 있어서는 공정가액으로 합병 비율을 결정하도록 하며, 물적분할된 자회사 상장시에는 모회사 주주에 대한 우선배정 근거를 마련하는 등 절차 보완을 통해 대부분의 주주이익 침해가 발생하는 자본거래에서 일반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러한 내용은 금융위원회가 상장회사 합병제도 개선 및 물적분할 후 상장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에 논의해 왔던 것으로 알고 있고, 물론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 맞다.


하지만 이것으로 상법상 주주 충실의무 또는 보호의무를 “대신”하려는 것은, 상법 개정 논의가 왜 나왔으며 그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식회사에서 일반주주가 투자한 재산이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활용되는 유형은 비단 합병과 분할 등 자본거래 뿐만 아니라 일감몰아주기, 사익편취행위, 통행세 거래와 같은 부당내부거래, 자사주 제3자 처분이나 자사주를 이용한 지주회사 전환, 주주 이외의 제3자나 일반에 대한 증자나 저가 증권발행 등 매우 다양하다.


게다가 합병 비율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시가 합병을 규정하자 시가에 영향을 주거나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시점을 선택하고,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지원 행위를 금지하니 현저히 유리하지는 않지만 물량을 많이 지원하는 일감몰아주기가 나오고, 일반 회사를 통한 일감몰아주기가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오니 투자회사를 통한 지원이 나타나는 등 어느 하나를 금지하면 다른 유형이 나타나는 풍선효과와 같은 역사가 반복되어 왔다.


이러한 현상은 모두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는 원칙 없이 기술적으로 그 때 그 때 절차적으로, 행정적으로만 금지하려다 보니 발생한 것으로서, ‘전체 주주를 위한’ 대원칙 없이는 어떠한 법령상 절차도 악용되고 우회될 수 있다는 점을 통렬하게 깨닫고 나온 것이 상법상 주주 충실의무 또는 보호의무 명시 논의로 이해하고 있다.


상법상 주주 충실의무 또는 보호의무 원칙은 다른 모든 제도 개선의 첫 단추이고, 이것만 명시한다면 추상적이고 이사들에게 명확한 행위지침을 주지 못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라는 민법 제2조 제1항의 대원칙이 우리에게 어떤 명확한 행위지침을 주는가?


이러한 신의성실원칙을 기초로 다양한 민사법의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회사법에 관해서도 ‘이사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대원칙에 따라 그에 근거해서 합병, 분할 등 자본거래는 물론 이해충돌 손익거래, 회사기회유용, 부당내부거래 등 다양한 일반주주 이익 침해 사례에 있어서 이사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후속입법을 마련하는 것이 순리이고 일의 순서다.


원칙이 추상적이며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대원칙을 명시하지 말자는 주장은 의아하다.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그에 맞춰 후속 입법을 조속히 진행해야 하는 것이 맞다. 원칙은 구체적인 규정을 모르는 일반인에게 행동의 ‘방향’을 설정하고, 미처 입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보충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시장의 신뢰란 불확실성 해소에서 나온다. 이미 발생한 일반주주 이익침해 해결보다 앞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다른 유형의 일반주주 이익침해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가 더 중요하다.


기존에 문제가 된 합병이나 분할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떤 다른 유형의 일반주주 이익침해 사례가 나오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기본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훨씬 중요한 것이다.


상법에 전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또는 보호의무 원칙을 규정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고, 이는 무너져가는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사후약방문으로 점철된 지난 30년의 전철을 밟지 말자.





2024. 12. 3.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

부회장 천준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