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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논평] 고려아연 임시주총 국격을 추락시켰다

2025-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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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임시주총 국격을 추락시켰다



주주충실이 본질, 충실의무는 주총 운영에도 적용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버넌스 이슈 다루는데 한계 직면

OECD는 지배권 경쟁 반드시 허용되어야 한다고 강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으로 꼽힌 지난 23일 임시 주주총회와 그 전날 최윤범 회장 측이 보유한 영풍 지분 10%를 기습적으로 고려아연의 해외 손자회사로 넘긴 거래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추락시켰다. 자본시장은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하고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필수 조건이다. 이를 무시하고 파행적으로 진행된 고려아연 임시주총은 그동안 정부, 국회 및 전국민이 간절히 바랬던 “한국 증시의 선진시장 진입” 희망을 무참히 짓밟았다. 이번 사태로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은 더 이상 이머징마켓도 아닌 프론티어시장 수준의 국가로 취급당할까봐 우려된다.


주주충실이 본질이고, 오히려 현행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 금지 의무 위배 여부, ‘상법’상 손자회사가 모회사 지분 취득시 모회사의 의결권 행사가 금지되는 ‘상호주 제한’ 대상 여부는 실정법상 테크니컬한 이슈다. 이번 케이스는 대기업 중심의 규제에 초점을 맞춰온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버넌스 문제를 다루는 것의 한계가 드러났음을 보여준다. 고려아연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최상위 모회사 영풍의 10% 지분 취득이 가능했던 것은 최상위 회사의 극단적 저평가(PBR 0.2배) 및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인 중복상장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조속한 상법개정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주총이라는 주주권리의 핵심 제도가 무력화 되었다. 주주들의 의결권을 강탈하여 주식회사의 존립을 허무는 행위, 특정주주의 사익 위해 회사의 자산과 회사의 법률행위 능력이라는 법인격을 동원한 것 자체, 그리고 주주들의 가처분 신청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주총 전날로 지분 거래 타이밍을 잡은 것 모두 주주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고려아연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금지규정 적용을 회피하고자 100% 손자회사인 호주 SMC 명의로 영풍 주식 10%를 전격 취득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고려아연 경영진의 지분 거래는 공정거래법을 반하는 행위로 보인다. 공정거래법 제21조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국내회사가 국내 계열회사 주식을 취득, 소유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임시주총에서 상법 제369조 제3항을 근거로 외국법인에도 상호주 인정한 것 문제가 있어 보인다. 주식회사는 우리나라 법률에 근거하여 설립되는 것인데, 외국에 설립된 법인인 SMC는 우리나라 법령에 근거한 바 없으므로 상법의 적용여부도 불분명하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꼼꼼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최근 LG, 두산, 현대차가 모회사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해외법인 현지 상장을 강행하는 것 같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많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 외국  자회사를 악용한 상호출자를 통해 패밀리의 지배력을 부당하게 확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주충실은 자본거래 뿐 아니라 주총 운영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사내이사인 박기덕 대표이사 사장이 임시주총 의장을 맡으면서 부당한 절차 진행은 어느 정도 예견 되었다. 운동장이 많이 기울어졌다. 최 회장 주장대로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고 소액주주 보호하는 주주친화정책을 적극 시행한다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 주총 의장은 대표이사나 회장이 아닌, 독립이사인 이사회 의장이 맡아야 한다. 현재는 법원이 검사인 정도를 파견하는 상황이지만, 자기 스스로 이익/불이익을 얻을 수도 있는 주체가 임시주총 의장이 되는 것 비정상이다. 첨예한 주총 사안에서는 법원이 선임한 검사인이 아니라, 의장도 선임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주총 운영에 관하여 소수의 대다수(Majority of minority, MoM) 개념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고려아연 임시주총은 법률구제 수단의 한계를 노출시켰다. 병원 응급실처럼 주총 직전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상대방 심문없이도 바로 가처분을 내려줄 수 있는 응급 가처분제도, 주총 직후라도 하루이틀 만에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신속 가처분제도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미국 델라웨어 법원은 사실상 회사법 전문법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상사전문법원이 없어 주주가 피해를 입더라도 신속하고 전문적인 구제가 어려운 실정이다. 상사전문법원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대형 M&A는 사회적 논쟁의 크기가 큰만큼 그 자체로 시장의 프랙티스(practice)로 굳어진다. 어떤 사회가 대형 M&A를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거버넌스 규범의 형성 차원에서 아주 중요하다. 일본 세븐앤아이홀딩스는 시가총액 6조 3,551억엔(약 60조원)의 대형 기업으로 캐나다 쿠쉬타르(Alimentation Couche-Tard)의 미동의 인수제안(Unsolicited offer)에 대해 창업자 가문이 '스스로의 위험 부담으로' 자금을 조달해 MBO 시도하려 한다. 아에 반해 고려아연은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공개매수했고, 주주 권리를 희석하는 일반공모를 하려 했다. 상호주 역시 회사의 돈이 쓰인 것이다. 모두 회사와 주주의 부담으로 지배력을 유지하려 한 잘못된 사례다. 이를 방치하면 두고두고 기업거버넌스에 부정적 영향 남을 것이다.


기업지배구조라는 표현이 국내에서 잘못 사용되듯이 (‘기업거버넌스’가 정확한 표현) ‘경영권’이란 용어는 글로벌 스탠더드 관점에서 사용하지 않는 단어이다. 지배권(Corporate control)이란 표현이 맞다. OECD는 공식 보고서(“G20/OECD Principles of Corporate Governance 2023”)를 통해 지배권 경쟁은 (효율성과 투명성을 전제로) 반드시 허용되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OECD는 기존 경영진과 이사회가 (참호를 구축해) 책임을 회피하고자 제3자의 지배권 인수시도에 반대하는 행위을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피인수기업 이사회의 선관주의 및 충실의무를 강조했다. 고려아연 기존 및 신임 이사들도 특정주주의 사익을 위하기 보다는 선관주의에 입각해 모든 주주 이익을 중시하는 판단하기를 권고한다.





2025. 1. 31.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

부회장 심혜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