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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논평]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관련 경영진/이사회에 던지는 질문

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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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관련 경영진/이사회에 던지는 질문


- 이사회는 선관주의의무에 입각해 자본배치 제대로 논의 했는가 

- 사외이사는 지배주주 이익보다 일반주주 보호에 관심 가지길

- 예측 불가능하고 공정하지 못한 고려아연 유증과 유사



한화그룹 주력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가 국내 증시 사상 최대규모의 3.6조원 유상증자 계획을 3.20일 전격 발표했다. 현 발행주식의 13%인 보통주 595만주를 기준가 대비 15% 할인한 605,000원에 발행하는 것이 개요이다. 다음 날 동사 주가는 13% 급락했고 한화 그룹주도 동반 하락했다. 3.21일 한화에어로 시총은 29조원으로 하루 만에 4.3조원이 증발했다. 이는 증자 예정금액 3.6조원 보다 큰 금액이다.

작년 10.31일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미국 기업으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인 35조원(243억달러)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당시 보잉 시총은 160조원이었다. 증자 규모가 예상보다 2배나 컸지만 발행 당일 주가는 단지 3% 하락했고 그 후 (미국 증시가 약세임에도) 보잉 주가는 20% 상승했다. 보잉은 자금 부족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및 대규모 자본조달의 필요성을 투자자들에게 사전적으로 충분히 설명했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기존 주주지분이 대규모 희석돼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잉의 입장을 이해하고 증자를 지지했다.

한화에어로 증자와 보잉의 증자는 무엇이 다를까? 회사에 대한 시장의 신뢰와 CEO 포함 최고경영진의 일반주주에 대한 배려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한화에어로 증자 관련해 국내 언론 및 유튜브는 ‘돌발적’ ‘기습’ ‘주주 기만’ ‘배신적인 유상증자’라는 원색적 표현을 사용했다. 반면 보잉 증자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이정표 설정(Set milestone)’ ‘과감한 결정(Bold action)’ 등 긍정적인 제목을 달았다.

한화에어로 이사회 의사록은 자금조달 목적으로 3.6조원 중 1.2조원은 시설자금, 2.4조원은 타법인증권취득자금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방산·조선해양·우주항공 선도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국내 방산(각각 1.6조원/0.9조원), 해외 조선(0.8조원), 무인기 투자(0.3조원)에 사용된다고 회사는 이사회 직후 개최된 IR에서 밝혔다.

포럼은 한화에어로 경영진과 이사회에게 다음 질문을 던진다. (사내이사 3명: 김동관, 손재일, 안병철; 사외이사 4명: 김현진, 전진구, 전휴재, 정도진 ~ 존칭생략)

첫째, 굳이 현 시점에서 대규모 주주가치 희석화를 가져오는 유상증자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사들이 한화에어로 현 자본구조 및 미래 현금흐름(Current capital structure and future cash flow)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사회에서 자본배치(Capital allocation) 관련 활발한 토론을 했는가? 7명 이사 중 전진구 사외이사 등 5명은 화상회의로 참석했다. 3.20일 오후 3:30분에 개최된 이사회는 짧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의안 통과 가정해서 같은날 5:30분 IR행사 개최) 다양한 자본조달 시나리오 중 유상증자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결론을 내린 이유가 궁금하다. 회사가 제공한 정보가 부족하고 일반주주 입장에서 ‘다른 의견’을 듣겠다는 최소한 의식이 있다면 IB나 컨설턴트 같은 외부 전문가를 이사회에 초대해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이사의 책무이다. ‘순수한 사업상 목적을 위한’ 유상증자 의안과 관련해 자본배치는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대상이다.

한화에어로 회사채 등급은 AA-로 매우 높다. 연초 회사가 2천억원 회사채 모집하는 수요예측서 12배 목표 초과하는 2.5조원 주문을 받았다. 지금도 한화에어로가 조단위의 회사채 발행한다고 하면 흥행에 성공할 것이다. 산은,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포함 금융권 차입도 가능할 것이다. 증권사 추정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향후 매년 2조원 이상의 영업이익, 15~19% 수준의 EBITDA마진 창출해, 상당 규모의 잉여현금흐름(Free cashflow)가 발생한다고 예상한다. 4년간 3~4조원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면 유상증자는 불필요한 것 아닌가?

둘째, 자본시장의 생명은 예측 가능성(Predictability)과 공정성(Fairness)이다. 한화에어로 이사회는 지난 2월 회사가 1.3조원을 투입한 패밀리 소유 관계사 한화오션 지분 인수 건을 승인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13%의 주식희석화가 예상되는 대규모 유상증자 강행시 일반주주들의 피해를 고려했는가? 보잉의 유상증자 관련 외신은 ‘아주 적절한 시점에 꼭 자금이 필요한 회사(The right situation, for the right company)’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사회는 한달 전 회사가 1.3조원을 들여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1.3조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승인했다. 지분 인수 재원은 한화에어로 현금흐름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패밀리 일가가 지배하는 비상장 계열사로부터 한화오션 지분을 사 오는 데 1.3조원을 지출한 지 일주일 만에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모양새는 일반주주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회사 여유 자금은 지배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계열사 주식을 인수하는데 쓰고, 신규 투자금은 일반주주에서 받고자하니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2023년 한화오션 인수 시 한화에어로가 그룹을 대신해 지분 모두 사지 않고 지배주주가 일부 지분을 보유했다가 한화오션 주가가 7~8만원 급등한 시점 까지 기다렸다가 지배주주 지분을 고가에 매수 승인한 한화에어로 이사회의 독립성 의심간다. 작년 5월 법률신문에 서진호 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가 기고한 “지배주주 관여 거래와 경영판단 원칙에 관한 최신 델라웨어 판결”이라는 칼럼을 보면 ‘(미국) 델라웨어에서는 지배주주 관여 거래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설정하고, 주주들의 공평하고 비례적인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절차를 거친 경우에 한하여 이사들에게 경영판단의 보호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요약했다.


이번 유증과 유사한 한화그룹 주주 피해 사례는 작년에도 있었다. 2024년 7월 포럼은 (주)한화 일반주주 보호 관련 논평을 냈다. 7월5일 한화에너지가 이미 9.7% 지분을 보유한 (주)한화 보통주 8%를 추가 매수해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공개매수 의사를 밝혔다. 공개매수가격은 기준가에 8% 할증된 30,000원이었다. 공개매수 후 주가는 급등해 지난 주 후반 한화 그룹주 급락 전 (주)한화 주가는 51,000원 까지 급등했다. 절차적인 관점에서 전체 상장주식에 대한 의무공개매수가 아닌 작은 소량인 8%만 매수 하므로 일반주주는 구조적 갈라치기(structural coercion) 피해를 입었다고 보인다. 일반주주는 매수가격이 부당하게 낮은 가격인 줄 알면서도 매도에 응하지 않고 남아 있다가는 기업거버넌스가 더 악화될 우려에 빠질 수 있었다. 일반주주가 뛰어내리도록 유도하는 것은 침해 요소이다. 선진국에서는 100% 의무공개매수 도입이 주장되는 배경 중 하나이다. 실체적인 측면에서 3 만원의 공개매수가는 PBR 0.28 배 였다. 극히 낮은 밸류에이션에 지배주주가 일반주주 주식을 매입 편취하는 셈이었다. 공정하지 않고 ‘책임경영’이라는 모토에 맞지 않았다.


김동관 부회장 같은 패밀리기업 자손들은 많은 압박을 받는다. 전세계적으로 가족기업은 대체로 1~2대에서 높은 경영성과 및 뛰어난 주가를 보이다가 3대 부터 모멘텀이 떨어진다. 김 부회장과 미국 세인트폴고교(St. Paul’s School) 선배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모두 3세로서 아버지와 주위로 부터 인정을 받아야 하므로 개인적으로 많은 부담을 느낄 것이다. 외부 시선을 다분히 의식한 김 부회장과 최 회장의 공격적인 경영 행보는 일반주주 입장에서 공정성이 결여되었고 예측 불가능한 대규모 유상증자라는 공통분모로 표출 되었다. 진취적인 경영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과도한 리스크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절차적인 정당성을 갖춰야 하고 회사의 주인인 일반주주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김 부회장이 주주의 돈인 회사 자금으로 고려아연 지분 7.8%를 22년에 인수해 지금 까지 지배권 분쟁에서 고교선배인 최 회장 편을 드는 것은 훌륭한 경영자의 모습이 아니다.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것이다.



2025.3.25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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