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라는 자본시장 7가지 제언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저출산에 버금가는 재앙이다”
존경하는 이재명 후보님 등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님들과 국민의힘 후보님들께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기업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추구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입니다. 금융인, 법조인, 학자 등 120여명의 국내외 회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9년 설립 이후 저희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자본시장을 희망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차기 정부는 저출산 문제와 맞먹을 정도의 재앙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슈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 입니다. 한국경제는 이미 성장을 멈췄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상장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업가치를 키우기 보다는 지배주주가 원하는 대로 사세를 키우는데만 혈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방만한 경영의 결과는 경쟁력 훼손, 차입금 증가, 주가 하락으로 나타났습니다. MSCI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기업은 주당순이익이 연 2~3% 성장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차감시 실질 성장은 전혀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아시아에서 꼴찌입니다. 기업이 성장을 못하니 일자리 창출도 없고 경제심리가 악화되면서 소비 및 투자가 동시에 부진한 악순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2022년 투자자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LG에너지솔루션을 일방적으로 분할상장한 LG그룹은 작년 그룹 전체로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재무구조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LG그룹 순이익은 2021년 9조 원에서 2024년에 3천억 원 순손실 적자 전환, 순차입금은 2021년 30조 원에서 2024년 43조 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저희 포럼은 LG전자가 작년 발표한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계획이 너무 부실해 낙제인 F학점을 부여한 바 있습니다. 총자산 178조원을 보유한 재계 4위의 LG그룹 지주사 (주)LG는 PBR 0.36배로 시총이 10조원도 되지 않습니다. 지난 3년간 주가가 40% 하락한 LG전자는 해외 중복상장을 통해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것이 목적인지 알토란 같은 인도법인을 현지 상장한다고 합니다. LG전자 일반주주는 이미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리밸런싱(사업개편)’을 통해 빚을 갚고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SK그룹도 일반주주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습니다. 총자산 334조원, 219개 계열사를 보유한 재계 2위 SK그룹 지주사 SK(주) PBR 0.27배로 시총이 겨우 9조원 입니다. 지난 3년간 SK 주가는 48% 하락했습니다. 동기간 주가가 57% 폭락한 SK이노베이션도 자회사 SK엔무브 상장을 추진해 (LG전자와 마찬가지로) 중복상장으로 인해 주가 디스카운트가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선진국 반열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자본시장에서 일반주주 피해가 계속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는 지배주주, 경영진, 이사회 모두 자본비용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많은 지배주주들은 일반주주의 돈은 공짜라고 생각하기에 무기력한 이사회를 이용해 주주가치를 파괴하는 자본거래 및 과도한 차입을 일삼습니다. 자본비용은 주주입장에서는 요구수익률입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위험 높은 주식에 투자했으니 주주가 요구하는 수익률입니다. 한국증시에는 대략 연 10% 입니다. 현재 상장기업들은 10% 절반인 5%의 극히 낮은 자기자본이익률을 보이는데 경쟁력 약화 외에도, 본업과 무관한 부동산 및 지분 투자, (배당을 하지 않고) 현금을 과다 보유하기 때문입니다.
작년 말 서학개미의 미국주식 보유금액이 16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국내 자본시장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특히 20~30대 청년들은 한국기업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 판단하고 계좌 계설 시점부터 미국주식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자본이탈은 구조적 현상인데 주주친화적 미국기업의 거버넌스를 경험한 투자자들은 한국기업은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입니다.
증시는 국민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장이자 국민의 건전한 자산 축적을 돕는 기회의 사다리입니다. 2천 2백만명 국민연금 가입자는 간접적으로, 1천 5백만명 증시 참여자는 직접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피해를 장기간 입었습니다. 대졸 신입사원이 금년 1월에 1천만 원을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경우 과거 같이 (배당 포함해) 연 5% 수익 시현하면, 30년 후에는 원금이 4천3백만 원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반면 국내기업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앞장서서 미래 투자수익률이 일본, 대만 수준인 연 10%가 된다면 2055년에 원금이 1억 8천만 원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입니다. 한국 증시가 미국 같은 수익을 창출한다면 (연 12.5%) 원금은 무려 3억 4천만 원으로 급증할 것입니다. 5%, 10%, 12.5%의 복리 수익률은 30년 후 매우 다른 결과를 가져다 줍니다. 수령액이 무려 4배에서 8배 차이가 날 것 입니다. 우리와 우리 자식들이 편안한 은퇴생활을 기대할 수 있는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야기시킨 상장사들의 주주가치 개선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그동안 주가를 방치하고 낮은 밸류에이션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던 점에 대해 후회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최근 자금 부족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중국기업 대비 극히 작은 시총 때문에 상대적인 피해를 봤기 때문입니다. 시총이 중국 회사들과 이젠 너무 차이 납니다. 지난 3월말 기준 중국 최대 전기차/배터리 기업 BYD 시총 220조 원, 배터리업체 CATL 시총 230조 원 였습니다. 이들과 경쟁하는 삼성SDI 시가총액은 1/20 수준인 13조 원에 불과했습니다. 삼성SDI는 무려 17% 증자에도 납입대금이 1.7조 원에 불과한 반면, BYD는 거대 시총 덕에 소규모 4% 증자를 했음에도 8.2조 원을 조달했습니다. 기존주주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희석화를 최소화한 BYD는 회사와 주주 모두 윈-윈 했습니다. 미래 기술 강화와 중국업체들과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는 삼성SDI의 유상증자 명분 이해가지만 회사와 주주 모두 피해자입니다.
기업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증시 선진화을 꾀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를 살리자는 대원칙을 바탕으로 저희 포럼은 차기 정부를 위한 자본시장 7대 과제를 우선 순위에 따라 정리했습니다.
- 상법 개정 통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 및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국제금융계에서 한국 투자의 최대 걸림돌은 투자자 보호 제도가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두산, SK, 한화 사례같이 이사회가 지배주주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이 문제입니다. 기업거버넌스의 바이블 격인 “G20/OECD 기업거버넌스 원칙”에 따르면 좋은 거버넌스는 주주권리가 제대로 행사되고 일반주주 등 모든 주주가 공평하게 대우받는 것입니다. 지난 4월 17일 국회 재표결에서 아깝게 부결된 상법 개정안이 새 정부 출범 후 바로 국회에서 재발의 되어 입법화되면 좋겠습니다. 상법 개정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입니다. 비상장법인 및 스타트업의 거버넌스 문제도 심각해 정공법인 상법개정이 필요합니다.
상법 개정과 함께 이사의 배임 행위에 대한 증거 확보와 민사적 책임 부여를 명확히 하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경영 활동에 대한 형사 처벌의 자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널리 활용되는 디스커버리 제도는 재판에 앞서 피고가 증거를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미국은 디스커버리 제도 덕분에 일반인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기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기업의 내부 문서 등을 강제로 제출받아 불법 행위를 입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주주가 직접 증거를 확보해야 하며, 기업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승소 가능성이 낮아지는 결과가 초래 됩니다.
- 자사주 소각 의무화 (기존 보유분 즉시 소각, 향후 매입분 3개월 내 소각)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자사주는 지배주주 자금이 아닌 회사의 현금으로 (즉 주주의 돈) 매수한 것입니다. 자사주가 금고주의 형태로 장부에 남아있으면 대규모 주가 디스카운트 요소가 됩니다. PBR 0.27배에 거래되는 SK(주)는 무려 발행주식의 25%를 자기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임직원 주식보상 등 투명한 사용처가 있는 경우 제외하고 일괄 소각하는 것이 일반주주 입장에서 합리적입니다. 향후 매입 분에 대해서는 3개월 내 소각을 모범정관에 도입하길 권합니다. 한국의 자사주는 거버넌스 중 법과 회계의 불일치 보여주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무시하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자사주 매입과 동시에 소각하므로 자사주라는 계정이 재무상태표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희 포럼 2024년 서베이에 의하면 80% 이상의 외국인 투자자는 회사 현금으로 자사주를 취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소각이 없는 경우 이를 시총이나 주주가치에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한국거래소도 자사주 취득시 시총을 그 만큼 축소하지 않습니다. 2000년 이후 한국증시는 자사주 소각 부족으로 매년 주식 수가 4% 증가했고 신규 상장이 많은 미국은 자사주 소각으로 주식수 증가가 없었습니다. 미국과 한국 장기 투자수익률 차이(연 12.5% vs 4.6%) 당연합니다.
-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하고 세율 인하
금융소득이 연 2천만 원 초과하면 장기투자자도 배당에 최고세율 50% 적용하는 것 문제가 많습니다. 이중과세이고 자본시장 발전 측면에서 장기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입니다. 안정적인 기업에 배당투자를 목적으로하는 중장년층에는 가혹한 세금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지배주주가 대부분 최고세율 적용을 받는데 이는 높은 배당을 꺼리는 요인이 됩니다. 홍콩 싱가폴은 배당세가 없고 미국은 워렌버핏도 1년 보유시 배당소득에 대해 15% 분리과세합니다.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하고 배당금 2000만원 초과시 15~20% 세율 적용하면 합리적이라 생각됩니다.
- 자회사 상장 원칙적 금지..예외시 모회사 주주 보호 방안 필요
한국은 세계에서 모회사와 자회사가 모두 상장된 “중복 상장” 케이스가 가장 많은 국가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요인입니다. 선진국의 경우 미국 알파벳이나 다른 빅테크 기업 같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이해상충을 없애고자 100% 자회사를 두고 지주회사만 상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일본의 히타치는 비핵심자회사는 매각하고 나머지 상장 자회사들은 100% 지분을 취득해 한 개의 지주사만 상장사로 남는 모범적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결과 엄청난 주주가치가 창출되었습니다. 한국도 시총 21조원의 메리츠금융은 지주사 전환의 대표적 성공 케이스입니다. 예외적으로 자회사 상장이 불가피한 경우 모회사 주주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법제도가 뒷받침되고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되어야 할 것입니다. 가령 중복상장된 자회사 주식을 모회사 주주에게 비례적으로 현물로 배분하는 방법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배당소득으로 과세되므로 세법상 과세 예외가 필요할 것 입니다.
- 집중투표제 의무화
한국의 상장사 이사 선임 과정은 대단히 비민주적입니다. 일반적으로 30% 내외 지분을 컨트롤하는 지배주주가 모든 이사들을 선임할 수 있습니다. 일반주주들은 자기 의견을 대변해 줄 독립이사 선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운동장이 매우 기울었고 지배주주의 전횡을 이사회가 견제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기형적 상황을 반영해 국민연금, 거래소, 의결권 자문사 등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지지합니다. 해외에서 가장 권위있는 아시아기업거버넌스협회(Asian Corporate Governance Association)도 한국 상장기업의 집중투표제를 찬성합니다.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된다면 지배주주, 경영진의 주주 대하는 자세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 생각합니다.
- 상장사 모자회사간, 계열사간 합병시 공정가치로 평가
상장사 모자회사간, 계열사간 합병시 현재 시가로 평가하는 방식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케이스에서 경험했듯이 일반주주 권리 침해될 소지가 많습니다. 삼성물산 일반주주에게 손해를 끼쳐 그 손해를 지배주주가 이익으로 가져가는 결과가 초래되었습니다. 의결권자문사 ISS, 서스틴베스트도 합병에 반대한 바 있습니다. 2018년 현대차그룹도 모비스에서 모듈 AS부품 사업부를 떼어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자 했는데 의결권자문사 글래스루이스와 서스틴베스트가 반대했고 주요 주주였던 엘리엇이 거부해서 투자자 반대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이런 합병의 경우 공정가치로 가치평가하고 공정가치의 입증 책임을 이사회에 부담시키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상장사 이사회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합니다. 이사회는 이해상충의 소지가 있다면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독립 위원회’를 구성해 IB나 컨설턴트 같은 외부 전문가를 위원회에 초대해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이사의 책무입니다.
7. 밸류업계획 발표 및 실천 모든 상장기업에게 의무화
작년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추진한 밸류업계획은 취지와 가이드라인은 훌륭했는데 거래소의 추진력이 부족했고 간판 기업들의 무성의로 용두사미로 끝났습니다. 그나마 밸류업에 진심을 보인 금융사들은 대부분 계획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고 주가 밸류에이션도 레벨-업 되었습니다. 한화그룹은 전혀 참여하지 않았고 삼성그룹은 수많은 상장사 중 삼성화재가 유일하게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밸류업의 주체는 이사회입니다. 이사회가 중심이 되어서 자본비용, 자본수익률, 밸류에이션 등 분석하고 구체적인 액션플랜 수립해 발표, 시행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본비용’ 입니다. 일본 거버넌스 개혁의 성공 요인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KB금융 이사회가 모범 사례 입니다. 작년 4월초 저희 포럼이 모범정관 발표회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사 임기는 1년, 전원 매년 재신임을 권합니다.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에서 선임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입니다. 감사위원회와 보상위원회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현재 한명에서 두명 이상으로 증가시키는 것 권고합니다.
2025. 04. 22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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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 바라는 자본시장 7가지 제언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저출산에 버금가는 재앙이다”
존경하는 이재명 후보님 등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님들과 국민의힘 후보님들께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기업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추구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입니다. 금융인, 법조인, 학자 등 120여명의 국내외 회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9년 설립 이후 저희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자본시장을 희망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차기 정부는 저출산 문제와 맞먹을 정도의 재앙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슈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 입니다. 한국경제는 이미 성장을 멈췄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상장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업가치를 키우기 보다는 지배주주가 원하는 대로 사세를 키우는데만 혈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방만한 경영의 결과는 경쟁력 훼손, 차입금 증가, 주가 하락으로 나타났습니다. MSCI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기업은 주당순이익이 연 2~3% 성장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차감시 실질 성장은 전혀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아시아에서 꼴찌입니다. 기업이 성장을 못하니 일자리 창출도 없고 경제심리가 악화되면서 소비 및 투자가 동시에 부진한 악순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2022년 투자자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LG에너지솔루션을 일방적으로 분할상장한 LG그룹은 작년 그룹 전체로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재무구조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LG그룹 순이익은 2021년 9조 원에서 2024년에 3천억 원 순손실 적자 전환, 순차입금은 2021년 30조 원에서 2024년 43조 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저희 포럼은 LG전자가 작년 발표한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계획이 너무 부실해 낙제인 F학점을 부여한 바 있습니다. 총자산 178조원을 보유한 재계 4위의 LG그룹 지주사 (주)LG는 PBR 0.36배로 시총이 10조원도 되지 않습니다. 지난 3년간 주가가 40% 하락한 LG전자는 해외 중복상장을 통해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것이 목적인지 알토란 같은 인도법인을 현지 상장한다고 합니다. LG전자 일반주주는 이미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리밸런싱(사업개편)’을 통해 빚을 갚고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SK그룹도 일반주주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습니다. 총자산 334조원, 219개 계열사를 보유한 재계 2위 SK그룹 지주사 SK(주) PBR 0.27배로 시총이 겨우 9조원 입니다. 지난 3년간 SK 주가는 48% 하락했습니다. 동기간 주가가 57% 폭락한 SK이노베이션도 자회사 SK엔무브 상장을 추진해 (LG전자와 마찬가지로) 중복상장으로 인해 주가 디스카운트가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선진국 반열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자본시장에서 일반주주 피해가 계속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는 지배주주, 경영진, 이사회 모두 자본비용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많은 지배주주들은 일반주주의 돈은 공짜라고 생각하기에 무기력한 이사회를 이용해 주주가치를 파괴하는 자본거래 및 과도한 차입을 일삼습니다. 자본비용은 주주입장에서는 요구수익률입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위험 높은 주식에 투자했으니 주주가 요구하는 수익률입니다. 한국증시에는 대략 연 10% 입니다. 현재 상장기업들은 10% 절반인 5%의 극히 낮은 자기자본이익률을 보이는데 경쟁력 약화 외에도, 본업과 무관한 부동산 및 지분 투자, (배당을 하지 않고) 현금을 과다 보유하기 때문입니다.
작년 말 서학개미의 미국주식 보유금액이 16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국내 자본시장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특히 20~30대 청년들은 한국기업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 판단하고 계좌 계설 시점부터 미국주식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자본이탈은 구조적 현상인데 주주친화적 미국기업의 거버넌스를 경험한 투자자들은 한국기업은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입니다.
증시는 국민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장이자 국민의 건전한 자산 축적을 돕는 기회의 사다리입니다. 2천 2백만명 국민연금 가입자는 간접적으로, 1천 5백만명 증시 참여자는 직접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피해를 장기간 입었습니다. 대졸 신입사원이 금년 1월에 1천만 원을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경우 과거 같이 (배당 포함해) 연 5% 수익 시현하면, 30년 후에는 원금이 4천3백만 원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반면 국내기업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앞장서서 미래 투자수익률이 일본, 대만 수준인 연 10%가 된다면 2055년에 원금이 1억 8천만 원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입니다. 한국 증시가 미국 같은 수익을 창출한다면 (연 12.5%) 원금은 무려 3억 4천만 원으로 급증할 것입니다. 5%, 10%, 12.5%의 복리 수익률은 30년 후 매우 다른 결과를 가져다 줍니다. 수령액이 무려 4배에서 8배 차이가 날 것 입니다. 우리와 우리 자식들이 편안한 은퇴생활을 기대할 수 있는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야기시킨 상장사들의 주주가치 개선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그동안 주가를 방치하고 낮은 밸류에이션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던 점에 대해 후회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최근 자금 부족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중국기업 대비 극히 작은 시총 때문에 상대적인 피해를 봤기 때문입니다. 시총이 중국 회사들과 이젠 너무 차이 납니다. 지난 3월말 기준 중국 최대 전기차/배터리 기업 BYD 시총 220조 원, 배터리업체 CATL 시총 230조 원 였습니다. 이들과 경쟁하는 삼성SDI 시가총액은 1/20 수준인 13조 원에 불과했습니다. 삼성SDI는 무려 17% 증자에도 납입대금이 1.7조 원에 불과한 반면, BYD는 거대 시총 덕에 소규모 4% 증자를 했음에도 8.2조 원을 조달했습니다. 기존주주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희석화를 최소화한 BYD는 회사와 주주 모두 윈-윈 했습니다. 미래 기술 강화와 중국업체들과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는 삼성SDI의 유상증자 명분 이해가지만 회사와 주주 모두 피해자입니다.
기업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증시 선진화을 꾀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를 살리자는 대원칙을 바탕으로 저희 포럼은 차기 정부를 위한 자본시장 7대 과제를 우선 순위에 따라 정리했습니다.
국제금융계에서 한국 투자의 최대 걸림돌은 투자자 보호 제도가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두산, SK, 한화 사례같이 이사회가 지배주주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이 문제입니다. 기업거버넌스의 바이블 격인 “G20/OECD 기업거버넌스 원칙”에 따르면 좋은 거버넌스는 주주권리가 제대로 행사되고 일반주주 등 모든 주주가 공평하게 대우받는 것입니다. 지난 4월 17일 국회 재표결에서 아깝게 부결된 상법 개정안이 새 정부 출범 후 바로 국회에서 재발의 되어 입법화되면 좋겠습니다. 상법 개정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입니다. 비상장법인 및 스타트업의 거버넌스 문제도 심각해 정공법인 상법개정이 필요합니다.
상법 개정과 함께 이사의 배임 행위에 대한 증거 확보와 민사적 책임 부여를 명확히 하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경영 활동에 대한 형사 처벌의 자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널리 활용되는 디스커버리 제도는 재판에 앞서 피고가 증거를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미국은 디스커버리 제도 덕분에 일반인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기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기업의 내부 문서 등을 강제로 제출받아 불법 행위를 입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주주가 직접 증거를 확보해야 하며, 기업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승소 가능성이 낮아지는 결과가 초래 됩니다.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자사주는 지배주주 자금이 아닌 회사의 현금으로 (즉 주주의 돈) 매수한 것입니다. 자사주가 금고주의 형태로 장부에 남아있으면 대규모 주가 디스카운트 요소가 됩니다. PBR 0.27배에 거래되는 SK(주)는 무려 발행주식의 25%를 자기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임직원 주식보상 등 투명한 사용처가 있는 경우 제외하고 일괄 소각하는 것이 일반주주 입장에서 합리적입니다. 향후 매입 분에 대해서는 3개월 내 소각을 모범정관에 도입하길 권합니다. 한국의 자사주는 거버넌스 중 법과 회계의 불일치 보여주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무시하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자사주 매입과 동시에 소각하므로 자사주라는 계정이 재무상태표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희 포럼 2024년 서베이에 의하면 80% 이상의 외국인 투자자는 회사 현금으로 자사주를 취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소각이 없는 경우 이를 시총이나 주주가치에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한국거래소도 자사주 취득시 시총을 그 만큼 축소하지 않습니다. 2000년 이후 한국증시는 자사주 소각 부족으로 매년 주식 수가 4% 증가했고 신규 상장이 많은 미국은 자사주 소각으로 주식수 증가가 없었습니다. 미국과 한국 장기 투자수익률 차이(연 12.5% vs 4.6%) 당연합니다.
금융소득이 연 2천만 원 초과하면 장기투자자도 배당에 최고세율 50% 적용하는 것 문제가 많습니다. 이중과세이고 자본시장 발전 측면에서 장기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입니다. 안정적인 기업에 배당투자를 목적으로하는 중장년층에는 가혹한 세금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지배주주가 대부분 최고세율 적용을 받는데 이는 높은 배당을 꺼리는 요인이 됩니다. 홍콩 싱가폴은 배당세가 없고 미국은 워렌버핏도 1년 보유시 배당소득에 대해 15% 분리과세합니다.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하고 배당금 2000만원 초과시 15~20% 세율 적용하면 합리적이라 생각됩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모회사와 자회사가 모두 상장된 “중복 상장” 케이스가 가장 많은 국가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요인입니다. 선진국의 경우 미국 알파벳이나 다른 빅테크 기업 같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이해상충을 없애고자 100% 자회사를 두고 지주회사만 상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일본의 히타치는 비핵심자회사는 매각하고 나머지 상장 자회사들은 100% 지분을 취득해 한 개의 지주사만 상장사로 남는 모범적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결과 엄청난 주주가치가 창출되었습니다. 한국도 시총 21조원의 메리츠금융은 지주사 전환의 대표적 성공 케이스입니다. 예외적으로 자회사 상장이 불가피한 경우 모회사 주주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법제도가 뒷받침되고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되어야 할 것입니다. 가령 중복상장된 자회사 주식을 모회사 주주에게 비례적으로 현물로 배분하는 방법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배당소득으로 과세되므로 세법상 과세 예외가 필요할 것 입니다.
한국의 상장사 이사 선임 과정은 대단히 비민주적입니다. 일반적으로 30% 내외 지분을 컨트롤하는 지배주주가 모든 이사들을 선임할 수 있습니다. 일반주주들은 자기 의견을 대변해 줄 독립이사 선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운동장이 매우 기울었고 지배주주의 전횡을 이사회가 견제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기형적 상황을 반영해 국민연금, 거래소, 의결권 자문사 등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지지합니다. 해외에서 가장 권위있는 아시아기업거버넌스협회(Asian Corporate Governance Association)도 한국 상장기업의 집중투표제를 찬성합니다.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된다면 지배주주, 경영진의 주주 대하는 자세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 생각합니다.
상장사 모자회사간, 계열사간 합병시 현재 시가로 평가하는 방식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케이스에서 경험했듯이 일반주주 권리 침해될 소지가 많습니다. 삼성물산 일반주주에게 손해를 끼쳐 그 손해를 지배주주가 이익으로 가져가는 결과가 초래되었습니다. 의결권자문사 ISS, 서스틴베스트도 합병에 반대한 바 있습니다. 2018년 현대차그룹도 모비스에서 모듈 AS부품 사업부를 떼어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자 했는데 의결권자문사 글래스루이스와 서스틴베스트가 반대했고 주요 주주였던 엘리엇이 거부해서 투자자 반대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이런 합병의 경우 공정가치로 가치평가하고 공정가치의 입증 책임을 이사회에 부담시키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상장사 이사회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합니다. 이사회는 이해상충의 소지가 있다면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독립 위원회’를 구성해 IB나 컨설턴트 같은 외부 전문가를 위원회에 초대해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이사의 책무입니다.
7. 밸류업계획 발표 및 실천 모든 상장기업에게 의무화
작년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추진한 밸류업계획은 취지와 가이드라인은 훌륭했는데 거래소의 추진력이 부족했고 간판 기업들의 무성의로 용두사미로 끝났습니다. 그나마 밸류업에 진심을 보인 금융사들은 대부분 계획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고 주가 밸류에이션도 레벨-업 되었습니다. 한화그룹은 전혀 참여하지 않았고 삼성그룹은 수많은 상장사 중 삼성화재가 유일하게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밸류업의 주체는 이사회입니다. 이사회가 중심이 되어서 자본비용, 자본수익률, 밸류에이션 등 분석하고 구체적인 액션플랜 수립해 발표, 시행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본비용’ 입니다. 일본 거버넌스 개혁의 성공 요인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KB금융 이사회가 모범 사례 입니다. 작년 4월초 저희 포럼이 모범정관 발표회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사 임기는 1년, 전원 매년 재신임을 권합니다.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에서 선임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입니다. 감사위원회와 보상위원회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현재 한명에서 두명 이상으로 증가시키는 것 권고합니다.
2025. 04. 22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 이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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